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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뉴스/아름다운한국

[소읍기행]새벽 안개속 반짝이는 녹색의 차밭, 보성 도강마을

경향신문| 기사입력 2010-05-12 10:26 | 최종수정 2010-05-12 10:36 기사원문

녹차밭과 삼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이다일기자)

전라남도 보성군 도강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차를 생산한다. 남해바다와 영천저수지에서 적당한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차 재배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올 해 첫 녹차 잎을 따고 있다. (이다일기자)

보성의 차에 대한 이야기는 세종실록지리지 토공조를 비롯해 여러 문헌에서 등장한다. 가장 최근에 이어진 차 재배에 대한 기록은 1939년 일제강점기의 경성화학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야산 30ha에 차 종자를 파종해 차를 재배 했는데 일제강점기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1957년에 들어서 대한다업이 경성화학의 야산을 인수 다시 녹차 재배에 나선다. 이어 1962년에는 본격적으로 차 가공에 나섰고 재배면적도 50ha로 확대했다. 대한다업이 위치한 인근 지역인 영천리 도강마을에서 차 재배를 시작한 것도 그때 쯤 이었다. 

녹차밭 차 밭은 수분공급이 원활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보성의 다원들은 대부분 저수지 인근에 있으며 비탈진 산에 밭고랑처럼 줄지어 있다. 4월말에서 5월이면 처음 올라온 찻잎을 따게 되는 이것을 최고로 치며 100% 수작업으로 수확한다. (이다일기자)

호랑이가 나오던 산비탈에 차밭이 들어서다

수확 찻잎은 강한 불에 덖고 손으로 비빈다. 좀 더 불을 약하게 두 차례 더 덖고 비빈 뒤에 건조시키면 차가 완성된다. 녹차는 수확하고 이틀이내 모든 작업이 끝내야 한다. (이다일기자)

보성읍에서 남쪽으로 차로 10분정도 달리면 녹차밭으로 유명한 대한다원이 나온다. 매년 다향제가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다시 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언덕, 봇재를 넘으면 바로 영천리 도강마을 이다. 이 마을에서 4대째 살아온 이전행 할아버지(78)에 따르면 도강마을은 가끔 호랑이도 출몰하는 첩첩산중이었다. "여그서 보성가려면 산길을 넘었제, 봇재라고, 나가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재를 넘는데 호랭이를 만났어. 호랭이가 사람을 보내주는 호랭이가 있고 해치는 호랭이가 있어. 그란데 가만가만 오니까 내가 인자 잠방잠방 갔단 말이여. 근데 요놈이 금새 와서 앞에 앉아있고, 또 금새 와서 앞에 앉아 있는 거제. 그것이 내를 인제 해치지 않고 보내준 거시여." 할아버지는 60년 전 이야기를 해주시며 마을의 차 재배에 대해서도 말씀을 이어갔다. "옛날에는 전부 농사지었지. 일부는 저기 바닷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근데 1968년부턴가 요 옆에 다원에서 차 재배를 배워다가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들 었제. 그것이 요로코롬 된 거랑께." 할아버지의 얘기에 따르면 지금의 대한다원은 진득골, 다향제를 하는 곳은 텃골, 거기서 봇재를 넘어 남쪽으로 오면 이곳 도강마을이라고 했다.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차를 재배한다. 산등성이 마다 가득한 차 밭은 보성 녹차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풍경이다.

도강마을의 찻잎 수확 보성군 영천리 도강마을은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대부분 녹차밭이다. 가장 좋다고 알려진 첫 잎을 따기 위해서는 모자라는 일손을 외지에서 빌려온다. 멀리 영천 저수지와 도강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차 밭에서 한 아낙네가 찻잎을 따고 있다. (이다일기자)

차밭이 잘되는 조건

기념촬영 보성의 차밭은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하루 수 십대씩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1km 남짓 걸으면 차밭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선 사람들은 카메라,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다일기자)

보성읍내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만나는 영천리는 산비탈에 자리 잡은 차 밭이 장관이다. 봇재를 넘는 도로가에는 차 밭의 풍광을 감상하기 좋게 전망대까지 만들어져 있다.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싸는 차밭은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난다. 또 아침저녁이면 안개가 끼면서 몽롱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낸다. 

바다전망대 대한다원의 정상에 있는 바다전망대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난다. 산책길처럼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아래에선 볼 수 없었던 차 밭의 울퉁불퉁한 모습이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이다일기자)

전국 각지를 비롯해 중국, 일본까지 돌아보며 23년째 차 재배를 해온 조현곤씨는 도강마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천저수지가 마을 바로 앞에 있어 차밭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고 안개가 많이 끼는 기후 덕택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됩니다. 그리고 배수가 잘 되는 땅까지 합쳐지면서 차 재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역입니다." 좋은 환경에 매료된 조씨는 7년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차 재배에 나섰다. 마침 취재를 갔던 날은 올 해 첫 수확한 차를 덖고 있었다. "올 해 차가 참 잘 됐어요. 어린잎을 일장일기를 따서 상처가 나지 않게 만들었어요. 찻잎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지요. 차 대회에 내 보려고 조심조심 덖는 중이에요"

찻잎은 정성 차는 기술이 아니라 정성으로 만들어진다는 조현곤씨가 올해 첫 수확한 잎으로 만든 차를 선보이고 있다. 잎사귀를 비벼 말리면서도 행여 상처라도 날까봐 조심스런 움직임이다. 그는 보성의 입지와 기후조건이 차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곳이라 손꼽았다. (이다일기자)

녹차밭 따라 사진 찍기 좋은 곳

도강마을 보성의 영천리 도강마을은 영천저수지와 남해바다, 그리고 배수가 좋은 산으로 인해 차 재배에 적격지로 꼽힌다. 차 밭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은 조그만 논을 빼놓고 대부분 차 밭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차와 경쟁하기 위해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다일기자)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사진이 있다. 바로 그 해의 첫 찻잎을 따는 풍경이다. 희뿌연 안개 속에 푸른 차 밭이 펼쳐지고 붉은 바구니를 옆에 낀 아낙들이 차를 따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 동호회를 중심으로 차 밭의 풍경을 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보성은 사진가들이 말하는 일명 '성지순례' 코스에 들어있다. 보성의 차 밭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대한다원 제1농장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낮은 산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차 밭 구경과 산림욕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차밭을 만들면서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가 숲을 이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담으려면 봇재를 넘어 18번 국도를 타고 영천리로 가면 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는 넓게 펼쳐진 차 밭과 영천 저수지까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발걸음은 거의 없지만 드라마나 CF를 통해 알려진 곳도 있다. 18번국도로 계속 달려 회천면에서 우회전하면 회령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대한다원 제2농장이 있다. 넓게 펼쳐진 차 밭과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차 밭을 찍으려면 이른 새벽 출발해야 한다. 동이 트고 물안개가 끼었을 때가 가장 사진이 잘 나온다. 안개 사이로 푸른 찻잎이 반짝거리면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느라 셔터 누르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am@khan.co.kr>

가는길

버스는 서울에서 하루 두 번 보성까지 운행된다. (8시10분, 15시10분), 광주, 순천, 목포에서는 30~40분 간격으로 보성까지 버스가 다닌다. 열차는 서울에서 보성까지 1회 운행되며 광주, 순천에서 보성역으로 하루 8회 운행한다.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에서 광주 제2순환도로-화순-29번국도를 지나 보성읍으로 오면 된다. 보성읍에서는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한다원, 영천리를 지날 수 있다.

보성녹차대축제(5월 초) http://dahyang.boseong.go.kr

보성군청 http://www.boseong.go.kr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