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하다가

시위에 맞춰 경찰도 업그레이드?

이다일 2008. 6. 9. 01:44

시위현장에 몇일째 나가다보니 이런저런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시위대나 경찰... 몇일째 얼굴맞대고 있다보니 슬슬 선수들이 되어가나봅니다.

제일 앞에선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살살합시다~', '에이~ 아저씨 여기있으면 다쳐요~'하는
애교성 진압(?)도 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서로 피를본터라 내심 긴장된면이 있을겁니다.

경찰들은 바뀌면 너무 티나게 똑같이 바뀝니다. 일괄적용이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더 티납니다.

좀 쎈사진부터..
시위대중 한명이 뒤쳐졌고 경찰이 시민을 뒤로 끌어냈습니다. 예전같으면 안보이는 폭행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끌어낸 경찰은 다시 대열로 들어가 업무에 충실합니다.
눈에띄는것은 소화기를 들고있는 한명, 그리고 나머지 모두가 흰 운동화를 신고 있다는 것.
"군화발에 밟혔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나봅니다. 혹은 모두 무좀때문에 고생하고 있는건지도...


그다음..  경찰이 들고있는 방패를 보면 뒷면이 투명하게 비춰집니다.
FRP로 만든 방패라하고 테두리엔 고무가 둘러져 있습니다. 맞으면 멍들겠죠?
그러면 방패에 찍혀 피가나고 찟긴 사람들은 어떻게 그랬을까요?

어느 눈썰미 좋은 기자가 같은날 같은 현장에서 찾아낸 방패입니다. 사진 안찍힐려고 방패들고 도망가고
기자들은 우르르 쫓아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자세히보니 방패 아래가 허옇게 갈려있습니다. 재질은 손으로 통통치면 쇳소리가 나는 금속재질입니다.
딱보니 만지기만 해도 피나게 생겼습니다.

좀 높으신분으로 보이는 경찰이 "이건 구형인데 요즘은 거의 안쓴다. 왜 갖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라며
해명을 했고 "오늘 이걸로 맞아서 피난사람 있냐?"고 반문을 합니다.
"그런데 왜 갖고 도망가느냐? 사진좀 찍자!"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얼마든지 찍어보시오"라며 배짱을 부립니다.

그래도 '만약에' 대비는 다 하셨습니다.
시위대가 버스를 밧줄로 묶어 옮기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절단기를 등에 메고 있습니다.
그 뒷편으로 파란 막대기를 멘것이 눈에띄여 물어보니 '진압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안쓰는거에요, 그냥가져온거지'라며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시위진압 막바지 새벽에 경찰과 기자들이 붙었습니다. 사실 취재기자에 시민기자에 시위대까지 사진을 찍으니
싸이일촌 떨어져나갈까 고민되는 경찰들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기자를 폭행하다니요??

이번 시위에서 모 방송국기자는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모 기자는 주먹으로 눈위를 맞아 찟어졌다합니다. 전쟁터에 죽을줄 알면서도 뛰어드는게 기자라지만 같은나라 같은국민들끼리 비폭력 평화시위를 하는데
기자까지 얻어맞아서야 되겠습니까? 물론 시민들도 경찰들도 얻어맞아서는 안되겠습니다.

끝으로 이걸 재밌다고 해야할지 폭력이라 해야할지...
시위대에 살수차를 뿌린 보복(?)인지 물총이 등장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목격했습니다만 물은 수돗물도 아닌 '미네랄 워터'를 씁니다.

경찰버스 타이어에 바람을 빼자 이를 채증하려는 경찰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법'자 위에보면 카메라가 보입니다.
이에 물총특공대 소녀들은 카메라를 향해 물총을 쏘아댑니다. 전자기기들은 '미네랄워터'를 무서워합니다.
경찰의 카메라가 쏙 들어가자 소녀들은 환호합니다.

시위대, 경찰 모두 몇일만에 진화했습니다. 역시 한국민 머리 좋습니다.
좋은머리 다같이 합쳐 생산적인데 썼으면 하는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