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GM 대우에서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비교시승회'를 개최했다. GM대우 홈페이지를 통한 이벤트 당첨자와 블로거 기자단을 대상으로 하는 시승회였다.
최근들어 메이커들이 수입차와 자사의 차를 비교하는 행사를 많이 갖는다. 현대가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렉서스, BMW, 벤츠와 비교를 하는 파격적인 시승회를 했었고 준중형 해치백 'i30'을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7과 비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타본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눠졌지만 "이정도면 유명 수입차 품질에 많이 따라갔네"라는 정도가 사람들의 반응이랄까..
돈과 시간을 들여 하는 행사지만 메이커를 위한 반응만 나오기는 힘들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수입차와 비교시승은 일종의 '반칙'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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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비교시승의 경우 주행거리 500km미만의 신차가 10여대 투입됐다. 반면 비교대상으로 나온 BMW, 벤츠, 렉서스는 2만km부터 5만km까지 달린 '중고차'를 등장시켰다. 이미 현대는 미국 컨슈머 리포트에서 초기 90일간 품질은 좋으나 3년후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최근엔 많이 개선됐지만...)
차의 정숙성, 가속성, 코너링 등을 체험하는 코스에서 신차가 갖는 메리트는 막강하기 때문에 일부 비교항목에서는 동등한 조건의 비교라고 볼 수 없는것이다.
i30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i30는 신차였고 비교대상 수입차들은 수만km를 주행한 상태였다.
비교행사의 경우 국산차가 갖는 가장 큰 메리트는 역시 '가격'이다. 주행성능, 정숙성 등등 여러 항목을 따져보지만 정작 '가격이 절반이라는데...'에서 모든 평가의 갈등이 사라진다.
i30은 골프의 절반가격이었고 제네시스 역시 BMW 5시리즈보다 2~3천만원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윈스톰 맥스 시승에서는 몇 가지 다른점이 보였다.
일단 차가 동일한 신차수준이다. 물론 타이어, 휠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됐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것은 CR-V는 휘발유 엔진이고 윈스톰 맥스는 디젤엔진이다.
이 차이가 차를 비교할 때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비교의 초점을 주행안정성에 두었다니 해볼만 하다.
세가지로 나눠진 비교시승 코스는 무난했다. 15미터 간격의 장애물을 좌우로 통과하는 슬라럼부터 시속 100km로 달리다 크게 핸들링을 하는 급회전코스 그리고 원 코스를 풀악셀로 달리면서 차가 바깥으로 밀려 나가지 않는 ESP작동 체험을 할 수 있는 구간으로 구분됐다.
두 차를 비교하는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실내 공간의 크기가 비슷하다. 또한 가격도 3천만원 초반과 중반으로 CR-V가 조금 비싸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대 히트를 기록한 혼다의 CR-V와 비교해서 윈스톰 맥스가 '동등' 혹은 '우수'한 평가를 받을 경우 CR-V와 비교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다.
일단 가속력은 윈스톰이 시원하다. 디젤엔진의 토크가 뿜어나오면서 실제 가속력은 비슷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파워는 윈스톰이 한 수 위다. 수출형에만 있는 윈스톰 맥스 2.4 가솔린 모델이 등장했더라면 재미있는 비교가 될 뻔했다.
반면 CR-V는 묵직한 핸들링과 단단한 구성이 돋보인다. 윈스톰 맥스도 유럽취향을 그대로 반영해 단단하다고 하지만 CR-V처럼 핸들이 묵직하지는 않다. 젊은 운전자들이 좋아할 세팅이다.
반대로 CR-V는 핸들은 단단했지만 서스펜션은 살짝 물렁한 느낌. 슬라럼에서 크게 느껴진다. 윈스톰맥스가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했다는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듯. CR-V는 본격적 험로주행을 위해 세팅되지는 않은듯 느껴진다. 거친 오프로드에서 물렁한 서스펜션과 단단한 핸들로는 운전자가 피곤할 것이다.
비교시승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윈스톰 맥스의 승리.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슬라럼에서 휘청임을 잘 잡아주었고 디젤엔진의 토크로 가속이 시원했다. 다만 가벼운 핸들은 차를 믿고 달려보기는 살짝 불안하다.
주행안전장치는 윈스톰 맥스와 CR-V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한마디로 윈스톰맥스가 지나온 라인을 CR-V는 그대로 따라오지 못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꺽으면 주행안전장치가 작동하며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지만 기계가 개입하는 시간이 달랐다. 윈스톰 맥스는 도저히 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빠르게 개입하는 반면 CR-V는 개입이 크게 억제된 느낌이다. (사실 억제인지 성능차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네바퀴를 따로 제어하는 원선회코스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차이가 있었다. 직경 8미터의 원을 풀 악셀로 통과하는 것인데 CR-V는 여지없이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기 때문에 ESP의 개입을 통해 자세를 제어해야 하지만 CR-V의 주행안전장치 개입은 느리고 약했다.
반면 윈스톰 맥스는 뒷바퀴에서 드르륵하는 소음이 나면서 타이어를 잡아준다. '미끄러진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주행안전장치가 개입하면서 차는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거친 와인딩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주행안전장치다. '사고가 나는가 아니면 안전하게 빠져나가는가'하는 중요한 순간을 결정짓는 역할인 것이다.
그간 윈스톰, 윈스톰맥스,CR-V, 티구안, QM5등 국내에 판매되는 콤팩트 SUV를 대부분 시승해보았다. 물론 이 차들을 한줄로 세워 순위를 메길 수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듯 하다.
제각각 가격이 다르고 디자인이 다르며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1등을 뽑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티구안과 QM5는 험로주행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고 윈스톰맥스와 CR-V는 주행 안정성이 뛰어났다. 국산과 외산의 차이가 무의미할 만큼 품질과 가격이 차이가 없어졌다.
3천만원대 컴팩트 SUV시장은 그만큼 무한경쟁으로 돌입한 것이다.
윈스톰 맥스는 앞서 다른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여러가지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메리트 있는 가격'과 전국에 넓게 펼쳐진 'AS망', 저렴한 유지관리비 등 장점도 많이 있다. (네비게이션만 붙여준다면 왠만한 불만들은 사라질 것이다.)
경유값이 휘발유와 차이가 없어지면서 가솔린 엔진 SUV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넓은 실내공간과 안전성 그리고 가격대 성능비, 주행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윈스톰 맥스는 컴팩트 SUV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차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