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뉴스/아름다운한국
B컷으로 하는 이야기, 서울 동숭동 대학로
이다일
2009. 12. 28. 18:51
대학로에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대학로가 있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입니다. 계단을 올라오면 항상 서서 연극 전단지를 나눠주는 호객꾼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 사람들을 꾼이라고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추측컨데 일부는 낮에 전단지를 돌리고 저녁이면 무대에 설 연습을 하는 연기 지망생일 수 도 있고 일부는 학비건 유흥비건 돈을 벌기위해 알바를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놀라운것은 이들은 항상 20대 초중반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트와일라잇의 주인공들 처럼 말이죠.
사진의 제목을 뭐라고 해야할까요? "쏠로천국 커플지옥?" 아닙니다. 제가 붙인 이름은 "나는 너희들이 못보는 것을 다 보고 있다"라는 긴 제목입니다.
Made in peru라고 큼직하게 써 있던 대나무 악기입니다. 페루에서 대나무가 나는지 상당히 궁금했으나 모아이상을 닮은 페루아저씨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찌나 한국말을 잘하시는지 메이드인 페루에 살짝 의심이 들긴 했습니다. 대학로에서 이런걸 팔다니...
이곳에서 처녀적부터 살아오셨다는 할머니 시스터즈의 뒤태. 모두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하십니다. 시간날때마다 이곳을 산책하신게 건강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뒤따라 가며 연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해질무렵 언덕길에서 경치 감상을 살짝 하시고 다시 길을 나서는 모습에 여유가 느껴집니다.
어릴때는 아버지의 직장이 대학로에 있었고 커서는 가톨릭청소년회관이 대학로에 있어서 자주 드나든 곳이죠. 또한 술을 먹기 시작한 이후에는 강북지역에서 대학로를 빼놓으면 안타까우니 자주자주 갈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헌데..
취재로 다녀오니 모르던 내용도 많고 느낌도 많이 다릅니다.
"연극보세요~!" 혜화역 계단을 올라오면 항상 만나는 호객꾼들.
또한 빨간 바스켓에 꽃을 담아 파는 모습까지도 제가 한창 대학로를 전전하던 15년전 모습 그대로 입니다.
사진 속 사람들을 잘 보면 재밌습니다.
이유인 즉슨, 사진을 자세히 바라보면 유독 한사람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왼쪽에 노부부도 팔짱끼고 걸어가느라 카메라는 아웃오브'안중' 이었구요. 오른쪽 빨간목도리 커플도 관심없습니다. 그 옆에 갈색자켓을 입은 커플 역시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는 않네요. 유독 정면에서 살짝 왼쪽의 쏠로남 만이 카메라를 보며 "뭐하는 녀석이야?"라는 표정을 지어 줍니다. 허긴, 쏠로는 주변을 열심히 탐색하고 두리번 거려야 합니다. 화이팅!!
페루의 펜플룻? 알XX라고 했던것 같은데 당췌 이름을 모르겠어요
대학로에서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만난 할머니 시스터즈(?)입니다.
학림다방을 아시나요? 대학로 터줏대감, 사랑방, 문인들의 고향, 반세기를 지켜온 명소랍니다.
대학로의 한복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횡단보도가 있는 바로 그곳입니다. 한때 대표적 약속의 장소였던 켄터키 후라이닭집의 바로 건너편이죠. 예전에는 1층에 바로크레코드가 있었고 2층에 학림다방이 있었던 빨간 벽돌건물이었는데 지금은 1층이 약국으로 바꼈습니다. 아마도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터 약국이 들어선 것 같았는데 바로크레코드에서 사온 CD와 LP가 많았던 터라 지날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건물이었습니다.
학림다방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변함없이 그대로 입니다. 다방 문 안에서 대학로를다보면 이런 모습이겠죠. 거리는 점점 변해가고 각종 수입 브랜드 커피집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여느때 처럼 거리를 메우고 있고 가로수도 도로도 그대로입니다. 사실 서울에서 70대 노인과 20대 젊은이가 한공간에 앉아 커피 마시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상, 취재하고 기사송고 후 남은 B컷으로 써본 글입니다. 글과 사진에 제약이 있어 여러장 다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에 줄줄이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