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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보험료만 연간 2500만원 vs. 연간 10만원. 왜 그럴까?

이다일 2011. 1. 27. 15:43

1월27일 우리나라 자동차 가운데 보험료가 가장 비싼차가 벤츠 멕라란 SLR 로드스터라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연간 2500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다는군요.

자세한 얘기는 여기를 클릭해서 기사를 참조.



메르세데스 벤츠, 맥라렌 SLR 로드스터.


차들은 이름만 보면 대강 어떤 차겠구나 하는 윤곽이 나온다. 일단 이 차, 비싸 보인다. 세계 최고의 메이커라는 메르세데스 벤츠인데다가 빵빵한 제조사 '맥라렌 오토모티브'에서 만든 것이니 일반적인 차는 아니다. 게다가 SLR이란다. 벤츠의 슈퍼카로 알려진 SLR.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로드스터'가 또 붙었다. 이건 좀 이해하기 쉬운데 뚜껑열리는 2인승 차를 말한다. 그렇다면 정리해보자. 

벤츠와 맥라렌이 제조한 슈퍼카인데 2인승에다 뚜껑도 열린다. 이쯤 되니 보험료가 왜 국내 넘버원이고, 연간 2500만원이나 되는지 이해가 된다.

차값만 현지에서 8억6천쯤 되는 벤츠 멕라렌 SLR 로드스터.


일단 이 차의 가격은 로드스터 722S 버전의 경우 2009년에 75만 달러였다. 대략 1200원쯤 환율만 계산해도 8억6천쯤 된다. 근데 가격만 이런거지 실제로 국내로 가져오려면 관세에 운송비에 부대비용에 추가금액이 무지 많이 들어간다. 이런거 다 고려하면 차량 가격은 10억 훌적 넘긴다. 화장실도 없는게 집보다 비싸다. ㅠ.ㅠ


그래도 그렇지 연간 보험료만 2500만원이라고? 보험료는 내면 돌려받지 못하는 건데…….


맞다.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한다. 그래서 이 차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보험료 비싸게 책정하는 모든 기준이 다 들어있다.

일단 국내에선 문짝이 두 개면 보험료도 대략 두 배로 뛴다. 옛날 스쿠프부터 티뷰론, 투스카니를 비롯해 최근의 제네시스 쿱까지 보험료가 무지무지 높다. 일반 승용차의 두 배가 넘는다. 경험담이다. 진짜 비싸다. 보험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사고 확률이 높아서"다.


다시 벤츠 SLR 얘기로 돌아와서, 이 차도 문짝이 두 개다. 당연히 보험료 비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비싼 이유가 있다. 뚜껑이 열린다. "로드스터" 요게 또 한 몫한다. 

일전에 BMW 3시리즈 컨버터블에 꽂혀서 한번 질러보겠다고 견적을 받았다. 사실 차량 가격보다 더 깜짝 놀란건 보험료였다.


당시에 2000cc 국산 SUV를 타고 있었는데 보험료가 대략 120만 원쯤 나왔다. 근데 똑같은 조건으로 문짝 두개인 컨버터블 견적을 받으니 보험료가 350만원. 두 배를 넘어 세 배로 뛴다. 이건 사고도 많이 나고 뒤집히면 위험하다나. 뭐라나. 차값도 비싸고...


게다가 당시 3시리즈 컨버터블의 차량가격이 8천만 원쯤이니 내차 고치는 돈도 보험료에 포함돼 당근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경험상 얻은 수치로 단순 추론 계산을 해보자. 나이는 30대, 차량 가격은 8천만원, 문짝 두개, 뚜껑 열리는 차를 탈 경우 대략 보험료가 350만원이랬다. 보험 경력이 없던 것도 아니고 면허도 나름 오래됐다. 사고경력도 없다.


그런데 해외 판매가가 8억6천이고 국내 도입하면 10억을 넘기는 이 차. 8천만 원짜리의 보험료 350만원보다 보험료가 8배 비싸다. 어찌~ 좀 이해가 될라고 하기도 ~~ 


그런데 문제는 보험료가 연간 2500만원이면 줘도 못 탄다. 보험료 내고 기름 값 내고(기름은 오죽 먹겠나)나면 월급 받아서 남는 게 없다. 아파트 전세처럼 오르지도 않으니 투자 목적으로 사기도 곤란. 혹시 모르지 한 10년쯤 갖고 있으면 오를지도. 그러나 10년은 차에서 먹고 살 기운 없다.


그럼 반대로 싼 보험료 얘길 해볼까?


아마 주변에 차에 너무너무 정이 들었다며 오래된 차를 타는 사람들 있을 꺼다. 1세대 쏘나타. (당시엔 '소나타'라고 썼다, 사람들이 하도 소나타는차라고 하니 이름을 쏘나타로 바꿨다) 90년대 티코(그 중에 슈퍼티코, 지방 중소도시에 간간히 보인다) 같은 차들을 타는 사람 말이다. 대략 10년은 넘은 게 기본이고 차 가격은 이미 감가상각의 끝을 달린다. 중고로 팔아봐야 고철 값이나 건질까, 50만 원쯤 중고 값으로 책정되는 차들 말이다.

요것이 바로 현대 소나타. 2세대 소나타쯤 된다. 1988년부터 1989년에 출시됐다.


그런데 이 차들, 보험에 들기도 힘들다. 일단 사고 나면 사람 다치는 건 감가상각과 관계없기 때문에 보험료는 기본 수위가 있다. 그래서 차의 잔존가치가 아무리 떨어져도 보험료의 최소한 수치는 유지된다. 

회사 선배도 1세대 쏘나타를 타는데 차량 잔존가치는 50만원인데 자동차 연간 보험료는 70만 원쯤 나온다고 한다. 사람이 다칠 때 보상해 주기 위해 한도가 있다는 것인데 자차 보상을 최대 50만원으로 잡아도 상대차 보상을 1억, 대인 보상에 뭐에 이런 요소들이 들어가면 보험료 비싸지는 거다.


그런데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식이 오래된 경차의 경우 10만원의 보험료"라는 말이 있다. 이게 상식적으로 듣도 보도 못한 금액이다. 아마 극과 극을 비교하기 위해 10만원의 보험료와 2500만원의 보험료 사례를 들었나 본데 우리에게 가까운 것은 사실 보험료 10만원 쪽이다.


이 기사의 재밌는 것은 보험료가 비싸거나 싸거나 모두 '우리가 꿈꾸는 것'이라는 것. 내차 보험료가 연간 10만원이라도 좋고 내가 연간 250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주인공이 되어도 좋고 어찌했건 우리나라에 굴러다니는 차 가운데 이런 보험료를 가진 차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


2500만원 보험료 내시는 분은 지금 억울할꺼다. "내가 이런걸로 대한민국 1위라니~" 하면서 말이다.